엄마표 장난감’ 샘솟는 창의력 행복이 까르르~ (한겨레 04.10.04)

[한겨레] 시온(6)이와 지온(4)이 남매의 집은 또래들이 있는 여느 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이 둘을 키우는 집치고 장난감이 많지는 않다. 대신 구석구석에 놓인 ‘아이디어 작품’들이 눈에 띈다. 부직포와 종이상자로 만든 ‘토마스 기차’, 나무토막들을 테이프로 연결한 테트리스, 젓가락에 형형색색 색종이로 멋을 낸 투호, 노란 골판지로 만든 대형 윷 등.
“다 만드신 겁니까?” “그럼요. 그것 말고도 훨씬 많아요.” 아이들 어머니 정소나(31·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여기저기서 색다른 수제 장난감과 놀잇감들을 가져온다. 스크랩북을 펼치더니 물고기 비늘 모양의 낱말 퍼즐과 갖가지 동물 형태의 글자카드, 숫자카드 등이 쏟아져 나온다. 책꽂이 중간중간에도 부직포나 두꺼운 종이로 만든 톡톡 튀는 아이디어 교구들이 숨어 있다. 그러고 보니 집 전체가 아이들 놀잇감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시온이 돌 무렵부터 만들기 시작했으니 벌써 5년째네요. 그저 애들이 재밌게 가지고 놀 만한 게 없을까 고민하다 시작했는데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계속하고 있어요.” 나무토막 테트리스·우유병 볼링핀에 와~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상호작용 새록새록
아이 성장단계·취향·관심사 등 파악 필수
빈 상자·요쿠르트병 등 적절한 재활용을 아이 키우는 집치고 장난감이 넘쳐 나지 않는 집은 없을 것이다. 바빠서 같이 놀아 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아이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사주는 장난감은 늘어만 간다. 하지만 그것들 가운데 자녀가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가지고 노는 게 몇가지나 될까. 한두 개 빼놓고는 대부분 애물단지가 돼 버렸을 것이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아이 수준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완제품으로 나와 아이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을 가진 부모들에게 정씨처럼 직접 아이들의 장난감을 만들어 주는 방법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두루마리 휴지심으로 만든 마이크로 같이 노래 부르며, 신문지 위에 색종이를 덧쓰워 만든 인형으로 구연동화처럼 얘기를 해 준다면 자녀들이 느낄 기쁨은 기대 이상으로 클 것이다.

비록 투박하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 작품이라 할지라도 ‘엄마표 장난감’의 효용은 한두 가지로 제한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녀와 함께하는 상호작용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천선미 서울시보육정보센터 연구원은 “아이가 원하는 걸 파악하고, 적절한 재료를 함께 찾고,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 주는 모습은 부모와 자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했다.



엄마표 장난감은 단순한 장난감 제작의 의미를 넘어서 아이들의 창의력 개발에도 좋다. 프뢰벨은 저서 〈인간교육〉에서 “인간이 인간으로서 성장해 가기 위한 가장 큰 능력이라고 여겨지는 ‘자발성’과 ‘창조성’은 모든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다”고 했다. 부모와 같이 만드는 장난감은 이처럼 잠재된 자녀의 자발성과 창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된다.



자녀에게 직접 장난감을 만들어 주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다만 몇 가지 요령을 알아 두면 부담을 덜 수 있다. 먼저 어떤 장난감을 만들지를 결정해야 한다. 1차적인 기준은 아이의 성향과 관심사다. 흥미를 유발하는 장난감은 자연스럽게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한몫을 한다.

자녀의 연령 단계나 발달 시기를 고려해 적절한 만들거리를 찾아도 된다. 가령 한 돌 무렵의 아이라면 여러 가지 크기의 공이나 줄 달린 장난감, 자동차 등이 좋다. 만 1~2살의 자녀를 뒀다면 공간 인식능력과 기초 도형능력, 손가락 운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모양 끼우기나 탑쌓기 놀잇감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래도 거리 찾기가 힘들면 요즘 유행하는 블로그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샘플 장난감과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 아주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그중에 하나를 골라도 된다.

다음으로 재료 찾기다. 우선 재활용 재료로는 빈 상자나 요구르트병, 페트병 등이 있다. 요구르트병, 간장병, 생수병 등은 사진기, 망원경, 인형 등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젖먹이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많이 나오는 우유병으로 볼링핀을 만들면 훌륭한 놀잇감이 된다. 소리가 나면서 쓰러지는 볼링핀을 보고 자녀는 박수를 치며 기뻐할 것이다.

요즘에는 부모들이 나무 재질의 장난감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이의 촉감을 편하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놀잇감용으로는 집성목이 가장 권장된다. 이 나무는 인터넷에서 원하는 색상과 사이즈로 구매할 수 있다. ‘철천지’(77g.com), ‘반쪽이와 함께 뚝딱뚝딱’(banzzogi.net) 같은 사이트에선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알려 주면 무료로 도면까지 그려서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 주기도 한다. 안양 반쪽이공방을 운영하는 김창용씨는 “목재 놀잇감은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만들 자신이 없으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녹색 장난감도서관’(02-753-0222~3, children.seoul.go.kr)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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